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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한화 이글스를 위한 변명, 노력을 비난해서는 안된다



오늘 한화의 경기를 보니 선발 배영수가 2.2이닝 7실점을 하고 조기 강판되었다. 이 경기는 결국 롯데가 11-2로 이겼다. 가을야구를 위해 갈 길이 바쁜 한화로서는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올 시즌 한화는 선발이 일찍 무너지는 지독한 '선발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 선발로 제 역할을 하고 있는 투수가 단 한 명도 없다. 시즌이 거의 끝나가는 지금 팀 내 최다승 투수는 안영명과 권혁 두 명뿐이다. 이들은 각각 9승씩을 기록하고 있다. 한화는 LG와 함께 아직 10승 투수가 없는 '유이'한 팀이다. 내용을 보면 LG 보다도 심각하다. 한화의 9승 투수는 모두 붙박이 선발 투수가 아니다. 안영명은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기록한 승이고, 권혁은 구원으로만 9승을 거두고 있다.

외국인 선수의 활약도 미미하다. 각 팀마다 공수 양 측면에서 외국인 선수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그러나 한화는 외국인 선수의 공헌도가 가장 낮다. 최근 로저스가 활약을 이어가고 있지만 출장 횟수가 제한적이다. 한화 보다 순위표 위에 있는 팀들은 모두 리그 정상급 활약을 하는 외국인 선수가 있다. 삼성의 나바로와 피가로, NC의 테임즈와 해커, 넥센의 스나이더와 밴헤캔, 기아의 필과 스틴슨 등은 이름만으로도 상대를 압도한다. 다른 팀들도 걸출한 활약까지는 아니더라도 꾸준히 선발에 나서며 준척급 실력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가 있다. 심지어 꼴찌 KT에도 마르테, 댄블랙이라는 무시무시한 타자가 있고, 마운드에서도 10승 투수 옥스프링이 있다. 반면 한화는 탈보트만이 선발로 8승을 기록하고 있을 뿐 방망이 쪽에서 외국인 선수의 존재감은 전혀 없다.

이런 전력상의 문제를 극복하고 이기는 경기를 하기 위해서 한화는 어떻게 해야 할까? 실점을 줄일 수밖에 없다. 그래야 이긴다. 선발이 잘 던지면 좋지만 한화에겐 참 드문 일인 선발야구, 필연적으로 불펜을 일찍 가동할 수밖에 없고 의존도 높은 선수의 출장이 잦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지켜 온 5위였고 동시에 가을야구의 희망도 싹틔웠다. 하지만 한화는 최근 무척 힘들어 보인다. 힘겹게 이어온 불펜야구의 힘도, 타선의 응집력도 많이 떨어졌다. 불펜의 핵인 권혁의 최다패와 팀 최다 역전패 기록이 말해준다. 자연스럽게 감독의 리더십을 비판하는 기사가 많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한화는 최근 수 년 동안 리그 최하위를 기록한 팀이다. 그래서 한화는 탈꼴찌를 위해 명장 김성근 감독을 영입하고 FA 보강과 혹독한 동계훈련으로 전력 상승을 꾀했다. 감독의 시즌 전략은 여기서부터 시작 된다. 첫째는 바로 선수들을 지배하는 패배의식 지우기. 방법은 무조건 경기에서 이기는 것이다. 시즌 초반 한화가 무리하게 레이스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지더라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경기로 야구팬을 매료시켰다. 그러나 이후로도 선발이 안정되지 않으면서 이기는 경기를 위한 불펜 의존도는 높아지게 되었다. 선발이 일찍 무너지다보니 추가 실점을 막으며 역전을 노리게 되었고 필승조의 활용은 극대화 될 수밖에 없었다. 한화가 제일 많은 역전승을 한 원동력이 바로 불펜 중심의 마운드 운영이었다.

시즌이 끝나가는 지금까지 한화는 여전히 선발 투수가 제 활약을 못하고 있고, 불펜 중심의 마운드 운영도 변함이 없다. 5강 경쟁이 치열한 요즘은 선발과 불펜의 보직을 허물고 '이어 던지기' 전략까지 구사하고 있다. 결과는 신통치 않다. 김성근 감독의 성공적이던 마운드 운영은 시즌 막판 페이스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비판의 중심이 되고 있다. 전반기엔 한화에 열광하던 목소리가 이제는 비판과 비난으로 돌변했다. 이기면 영웅 지면 역적이 되는 냉혹한 승부의 세계에서 이 또한 감수해야겠지만, 나는 한화의 이기기 위한 전략을 지지한다. 또 여전히 그들의 이기기 위한 노력을 열렬히 숭배한다.

팀이 이겨야만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한화는 지금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그래야 강팀으로 거듭날 수 있다. 따라서 승부에 책임 있는 모든 사람들의 노력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한화에 가해지는 최근의 비판은 그래서 위험하다. 한화가 강팀이 되어 가는 과정, 그 과정을 즐겁게 바라보는 자세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