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옹진군 덕적면 지도리. 덕적군도에 속한 유인도 중 가장 작은 오지섬. 이름도 생소한 이 섬을 소개한다.
지도가 아주 작은 오지섬이니 만큼 며칠 있으려면 부식을 사서 가야 한다. 식당도 수퍼도 없기 때문. 그래서 초코파이며 라면이며 과자, 기타 주전부리 거리를 이것저것 사서 박스에 실었다.
지도에 가려면 덕적도를 거쳐 배를 갈아타고 들어가야 한다. 덕적도까지는 쾌속선으로 1시간 정보 밖에 안 걸리지만 지도는 '나래호'라는 완행 철부선을 타고 들어가야 한다. 홀수날과 짝수날 코스가 다른데, 빠르면 덕적도에서 배를 갈아 타고 1시간 오래 걸리는 날은 2시간 정도 잡아야 한다. 항로를 봐도 지도가 얼마나 작은 섬인지 알 수 있다.
'나래호'라는 배 안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남해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작은 섬들이 점처럼 많이 떠 있는 광경을 볼 수 있다. '나래호'는 하루에 한 번 운항하는 배로 문갑도, 굴업도, 백아도, 울도, 지도를 방문하는 분들에게는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각종 택배며 여행객들의 짐 등이 배 갑판 위에 쌓여 있다.
운 좋게 문갑도를 지나 지도를 먼저 들리는 날이어서 1시간 만에 드디어 지도에 도착했다. 저 멀리 지도 선창이 보인다.
지도를 거쳐 울도로 가는 배가 멀리 보인다. 갯바위에 올라 앉은 갈매기들이 오지섬의 운치와 낭만을 선사해 준다.
지도는 행정구역으로 '인천시 옹진군 덕적면 지도리'에 속한다. 원래는 백아도를 중심으로 하는 백아리 소속이었으나 주민들이 여러가지 불편함을 호소해 지난 2008년에 백아리에서 '분리' 되었다고 한다.
마을 입구에 서 있는 지도리 표지석. 뒷면에 지도란 섬의 유래에 대해 소개가 되어 있다. 섬 중앙에 연못이 있었다 하여 못 지(池) 자를 써서 지도라고 불렸다고 한다. 재미있는 유래다.
섬 특유의 평온하고 아늑한 느낌이다. 너무 작아서 그런지 수도권과 가까운 서해에 이런 섬이 있다는 것이 놀라울 지경이었다.
아무리 둘러봐도 10집 이상은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도 비어 있는 두 집과 발전소를 포함한 것이다. 이것들과 혼자사는 노인들을 빼면 제대로 된 가구수는 고작 다섯 집 밖에 되지 않았다. 주민등록상은 20여명 정도 사는 걸로 나온다지만 실제로는 10여명 정도 살고 있었다. 정말 인천에 있는 유인도 중 가장 작은 섬이란 게 실감이 났다. 집들은 모두 선창 바로 앞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여행객을 위해 민박을 치르는 집도 있으니 숙박에 대해 큰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이게 섬 이름의 유래가 되었다는 연못이다. 지금은 크기도 조금 작아졌다고 한다. 예전에는 훨씬 컸다고 한다. 이 섬을 중심으로 멋지게 개발은 한다면 지도도 관광명소가 될 것 같았다.
불과 10~20년 전까지 사용했다는 우물이다. 지금도 물이 있었는데, 사용할 당시에도 바닷물이 유입이 돼서 주민들의 애로사항이 많았다고 한다. 지금은 관정을 파서 지하수로 식수를 사용한다고 한다.
빈 집이 많지는 않았다. 이 집에 사시던 어르신들도 이제는 연로하셔서 인천에 요양하러 나가 계시는 바람에 집이 비어 있다고 한다.
섬 사람들의 생활을 짐작할 수 있는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연못을 중심으로 한 바퀴 도는데 몇 분이면 충분할 만큼 정말 작고 아담한 마을이었다. 집들도 가까이 붙어 있고, 지나면서 주민도 만나고 대화도 나누는데 주민들이 큰 경계심 없이 구수한 이야기를 건네 주시는 걸 봐서는 인심도 좋은 것 같았다.
어구. 어촌 풍경의 대명사 정도 되겠다.
선창에서 작업하시는 주민을 만났다. 어촌계장님이시라는데 요즘 우럭과 아나고, 장어가 많이 잡힌다고 한다. 지도 주민들도 예전엔 어업을 크게 하셨는데, 지금은 다들 연세가 드셔서 배도 작은 걸로 바꾸고 일도 많이 줄이셨다고 한다. 그래도 날씨만 좋으면 하루에도 몇 번씩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아 오시는 걸 보니 평생 엄청 부지런하고 억척스럽게 살아오셨을 것 같았다. 저걸로 자식들 다 공부시키고 시집, 장가 보내고 하셨을 것이다.
지도에서 제일 좋은 전망을 자랑하는 곳은 다름 아닌 발전소. 이곳에 오르면 빙 둘러 주변 섬이 한 눈에 들어온다.
저 멀리 울도가 보인다. 울도 앞에 가까이 보이는 섬은 토끼섬이란다.
가운데 멀리 보이는 섬이 굴업도이다.
날씨 좋을 때는 저 멀리 충남 태안반도가 훤히 눈에 들어 온다. 운 좋게 가는 날도 날씨가 좋아서 멀리 육지가 가깝게 느껴졌다.
지도 앞에 있는 크고 작은 무인도. 맨 왼쪽은 납작하다고 해서 붙여진 납섬. 가운데 있는 크고 작은 3개의 섬은 벌섬. 오른쪽은 멍섬이라고 한다.
지도엔 트래킹 코스가 없다. 산책로도 정비되어 있지 않다. 겨우 사람 한 명 지날 수 있을 정도의 산책로가 있는데 아마도 마을 주민들이 산에 나물이며 이것저것 구하러 다니면서 생겨 난 길인 것 같았다. 그 길을 따라 조금만 오르면 지도가 시원하게 내려다 보인다. 산책로도 좀 꾸미고 하면 굴업도 못지 않은 좋은 트래킹 코스가 될 법도 하다.
가을의 지도는 날씨 변화가 심하다고 한다. 북서풍이 한 번 터지면 며칠 씩 불어대는 통에 배들은 영락없이 선창에 꽁꽁 묶이곤 한다. 배라고 해야 저 다섯 척이 다이지만.
날씨가 안 좋아 배들이 선창에 묶여 있다.
사진 가운데 멀리 보이는 게 바로 해경 배라고 한다. 재미있는 건 주변 바다에 파도가 높으면 해경 배는 물론 고기배들도 지도 앞바다로 피항을 온다고 한다. 지도 앞으로 크고 작은 무인도들이 있어 파도와 바람을 막아주고 있다고 한다. 이 날도 해경배가 저기 저렇게 한참을 있었다.
[발전소에 올라 바라본 마을 앞 바다]
[발전소 뒷편 전망]
[선창에서 지도 앞바다를 보며 찍은 파노라마샷]
[선창에서 마을 쪽을 찍은 파노라마샷]
충남 태안반도 쪽에서 해가 올라오는 모습. 일출은 정말 멋있었다.
날이 밝으니 섬에는 다시 활력이 돌았다.
갈매기 한 마리가 무얼 그리 바라보는지 가만히 있었다. 섬 사람들의 외로움이 저 모습을 닮지 않았을까 싶다.
장구섬 쪽으로 해가 넘어간 후 노을진 하늘
해가 지면서 마을에 어둠이 찾아 온다. 식당도 술집도 가게도 전혀 없기 때문에 해만 지면 어둠이 바로 내려 앉는다. 그래선지 마을 주민들은 이집 저집 다니면서 서로에게 술을 나누며 긴 밤을 보낸다고 한다. 육지와 달리 밤이 긴 것이 바다 사람들이 워낙 술을 많이 드시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짧은 여정을 마치고 지도를 나선다. 언제 다시 가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모습 그대로이길 바라면서 나도 모르게 손을 흔들게 되었다. 서해의 작은 오지섬 지도. 특별히 볼 만한 것도, 즐길 만한 것도 없지만 수많은 세월 풍파를 견디며 살아온 어민들의 질긴 삶처럼 섬 또한 그모습 그대로 유유히 서 있는 것만 같았다. 바다는 정말 낭만적이며 평온한 느낌을 준다. 일상에 찌든 도시민들이 한 번 쯤은 찾아 힐링하고 올 만한 곳이다. 그곳에 사는 분들의 삶은 결코 평온하거나 낭만적이지 않겠지만 말이다.
지도를 출발해 덕적도로 오는 길에 찍은 선갑도 전경. 선갑도는 무인도로 알려져 있으나 지금은 양식을 하는 한 분이 살고 있다고 전해진다.
지도야 안녕~ 잘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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